브베에서 로잔으로
브베에서 겪었던 두 번의 인종차별 때문에 기분이 잡쳤지만, 그래도 갈길은 가야죠.
로잔은 라보지구에서 인터라켄과 가장 멀리 떨어진 곳입니다. 포도밭과 레만호로 유명한 곳이지만 한국인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곳 같습니다. 가는 길에 끝도 없이 포도밭이 나왔습니다.
사실 저도 큰 기대는 없이 가는 곳입니다. 이왕 여기까지 온 거 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기차에 올랐습니다. 이런 즉흥성이 혼자 하는 여행의 장점입니다.
하지만 기차에서 작은 에피소드 하나가 또 날 씁쓸하게 만들었습니다. 어떤 흑인이 저한테 말을 막 걸었는데 알아듣지를 못하겠어서 '쏘리?' 했더니 불어 못하냐고 막 뭐라고 하네요ㅋㅋㅋ. 못한다고 하니깐 고개를 절레절레..
아니 스위스 여행하는 한국인이 프랑스어를 못하는 게 당연하지. 야이 씨발아 한마디 해주고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로잔 시내
로잔에 도착했습니다. 기차역에 내리자마자 어딜 가야 되지? 혼란에 빠졌습니다. 일단 눈앞에 가파른 오르막길이 나타나서 올라왔습니다. 호수변 산을 따라 만들어진 도시라 경사가 진짜 엄청납니다. 분위기는 전형적인 유럽의 중소도시 느낌입니다. 그리고 단정한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프랑스 바로 옆에 있는 동네라 그런지 건물 양식도 많이 다릅니다.
어디선가 종소리가 들려와 따라가보니 예쁜 교회와 작은 광장이 나왔습니다. 이곳에서 잠시 쉬면서 사람들을 구경했습니다. 딱히 볼거리는 없습니다.
로잔대성당, 구시가지, 박물관, 쇼핑거리 이 정도가 주요 관광명소지만 시간도 늦었고, 다리도 아프고ㅋㅋ 딱히 끌리지가 않아서 햄버거나 먹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홀리카우 햄버거
'홀리카우 햄버거'라고 로잔에서 유명한 햄버거 가게가 있습니다. 사실 가격이 꽤 비쌌지만 딱히 로잔에서 갈 데도 없었고, 그냥 유명하다해서 와봤습니다. 가게 분위기는 그냥 평범합니다.
한국에서는 햄버거를 먹을 때 항상 세트로 먹었는데 여긴 가격이 너무 사악합니다. 제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서 단품으로 하나 시켜봤습니다.ㅠ
바로 폭풍 흡입!
수제 패티가 맛있고 소스는 케첩맛이 엄청 강합니다. 맛은 있었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흠.. 크기도 별로 크진 않습니다ㅋㅋ.
햄버거를 먹으며 로잔에서 더 가볼 만한 곳이 있는지 찾아봤는데, 전망대나 포도밭 이런데밖에 안 나오네요. 인터라켄으로 돌아가는데만 3시간이 걸리는데 햄버거만 먹고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너무 짧게 머물다 가는 것 같아서 아쉬움이 들기도 했지만, 인터라켄-몽트뢰-시옹성-브베-로잔까지 너무 많이 돌아다녀서 쉬고싶어졌습니다ㅋㅋㅋ.
인터라켄 복귀
돌아갈 때는 바로 가는 기차를 탔습니다. 유람선은 원 없이 탈만큼 탔네요. 창밖으로 펼쳐지는 노을빛 풍경이 정말 예술입니다. 이날은 정말 하루종일 날씨가 완벽했습니다.
기차가 인터라켄에 가까워질수록 객실에는 사람이 빠졌습니다. 마지막엔 열차칸에 혼자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창에 기대어 바깥 풍경을 바라봤습니다. 아침에 봤던 인터라켄의 호수가 다시 보입니다.
기차에서 딱 내리는 순간 긴장도 풀리고 피곤이 몰려왔습니다.ㅋㅋㅋ
숙소로 걸어가고 있는데 산이 반짝반짝거립니다.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과 대조되는 설산이 너무 멋지고 신기합니다. 마치 합성한 것처럼 현실감이 떨어지는데 실제로 저렇게 보였습니다.
몽트뢰 , 브베, 로잔을 거치며 스위스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던 하루. 이렇게 스위스 여행 세 번째 날이 저뭅니다.
'스위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위스 라우터브루넨, 뮈렌 두번째 방문 | 스위스 11 (7) | 2025.03.01 |
---|---|
스위스 그린델발트, 호텔벨뷰핀트, 아이거 북벽 | 스위스 10 (7) | 2025.02.25 |
몽트뢰 시옹성에서 유람선 타고 브베, 포크, 인종차별, Vevey | 스위스 8 (6) | 2025.02.23 |
몽트뢰 시내 구경, 유람선, 시옹성, 프레디 머큐리, Montreux | 스위스 7 (9) | 2025.02.22 |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몽트뢰, 슈피츠, 쯔바이짐멘 | 스위스 6 (11) | 2025.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