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르그(Brig)
뮈렌을 한 바퀴 돌아보고, 비르그로 향하는 곤돌라를 탔습니다. 스위스에는 눈산만 있는 게 아니라 이렇게 푸른 잔디산(?)도 있습니다. 풀 색감이 약간 노란빛이 도는 게 이쁩니다. 한국과는 달리 연둣빛을 띠고 있어 색다른 느낌을 줍니다.
참고로 이틀 전에 한번 와봤던 곳인데 아래 글과 같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2025.02.09 - [스위스 여행] - 쉴트호른, 뮈렌 구름 속 색다른 분위기: Schilthorn | 스위스 3
곤돌라를 타고 올라갈수록 점점 더 설산이 가까워집니다.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입니다.
저기 산 아래에 집이 몇 채 보입니다. 저기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멋진 풍경을 매일 봐서 좋긴 하겠다마는, 마트는 어떻게 가고 밥은 뭘 해 먹고 사는 건지?ㅋㅋㅋ
비르그에 도착했습니다. 아주 좋은 전망대가 있습니다. 유리 난간 너머로 보이는 웅장한 알프스 산맥과 그 아래 펼쳐진 마을을 보았을 때, 내가 지금 얼마나 높은 곳에 있는지를 실감했습니다.
난간에 기대어 바라보고 있는데 한국인 누나(?)들이 저보고 와보라고 손짓을 합니다. 원래 알고 있는 사람처럼 한국인이죠? 하며 과일 먹으라고 주고, 사진도 찍어주고. 그렇게 잠깐 얘기를 나누고 떠났습니다.ㅋㅋ
머리가 뻥 뚫리는 그런 풍경입니다. 파란 하늘에 시원한 바람까지 완벽했던 전망대였습니다. 사진 한 장으로 그 모든 것을 담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비르그에는 액티비티 코스가 하나 있습니다. '스릴워크'라는 곳입니다. 절벽 쪽에 만들어진 루트인데 약간의 긴장감을 느껴볼 수 있는 곳입니다.
외줄을 타는 구간도 있었는데 난간도 있고, 그물망도 있었지만 은근히 무섭더라고요.ㅋㅋㅋ 물론 쫄보들을 위한 배려로 옆에 일반 길도 있습니다.
중간에 케이블카도 만났습니다. 안에 있는 사람들이 손을 흔들어줍니다.
중간중간 펼쳐지는 풍경이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상상하던 스위스 그 자체.
바닥이 유리로 되어있는 구간도 있고요.
스릴워크 마지막 구간입니다. 그물 터널도 있습니다. 바닥을 내려보니 가랑이가 찌릿합니다.
앞에 있던 외국인이 사진 좀 찍어달라고 해서 서로 찍어줬습니다ㅎㅎ.
파노라마로 이날의 분위기를 담아봤습니다. 이날 이곳은 진짜 정말로 멋졌고 최고였습니다. 이 순간을 최대한 오래 간직하고 싶어 조금 더 머물다가 쉴트호른으로 가는 곤돌라를 타러 이동했습니다.
쉴트호른 정상을 향해
최종 목적지인 쉴트호른으로 가기 위해 오르는 길입니다. 곤돌라를 타러 가는 길인데 그야말로 '등정'이 따로 없습니다. 그래도 이틀 전에 왔을 때에는 안개로 뒤덮여서 땅밖에 안 보였는데 오늘은 주변이 괜찮게 보여 오르는 재미가 있습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순간에도, 뒤를 돌아봤을 때 풍경은 고생을 보상해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넓게 펼쳐진 눈산. 이제는 이 산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은 지점까지 올라왔습니다.
올라가는 길에 멋진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며, 문득 부모님 생각이 납니다. 나 혼자 이런 좋은 곳에 와서 약간 죄송스러운 마음도 생기고...ㅋㅋ
언젠가 돈을 많이 모으고, 부모님이 시간이 된다면 이곳에 여행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높은 곳에도 물줄기가 흐릅니다. 합성사진 느낌이 나지만 실제로 이렇게 생겼습니다.
드디어 쉴트호른 케이블카에 올랐습니다. 비르그까지는 햇볕이 쨍쨍했는데, 위로 올라갈수록 어째 구름이 많아집니다. 설마 오늘도 실패인 건가? 하는 마음에 약간은 초조해집니다.
하하.. 안개구름이 점점 짙어집니다.
케이블카에서 내렸습니다. 역시 온통 하얗습니다.ㅋㅋ 007 전망대의 모습입니다. 물론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거. 좀 걸어보기로 합니다. 그냥 계속 걸어서 산속으로 들어왔는데 진짜 귀신이 나올법한 그런 공간이었습니다. 뒤에서 웅성웅성 소리가 들려 깜짝 놀라서 돌아봤는데 카메라로 확대해 보니 사람들이 저를 따라오고 있었습니다ㅋㅋㅋㅋ.
제가 가길래 따라왔다고 하는데 뭐라도 있는 줄 알았나 보죠?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없다고 그냥 와본 거라고 하니 다들 낚였다는 표정으로 돌아갑니다ㅋㅋㅋ.
귀신이 나올 법한, 그런 공간입니다. 이렇게 넓고 높은 곳에 사람이 한 명도 안 보이고, 고요하고, 진짜 세상에 나밖에 없는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바람소리만 들려오고 기분이 정말 묘했습니다. 마치 신선이 된듯한 느낌도 들고요.
뭔가 길이 이어지는 것 같긴 한데 GPS도 안 잡히고, 여기서 길을 잃으면 진짜 큰일 날 것 같기도 하고.
누가 달려와서 몸통박치기를 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굴러 떨어지겠다는 생각이 순간 들어 사진 하나만 박고 빠르게 뛰어 돌아왔습니다ㅋㅋㅋ.
가끔 안개가 걷히면서 멋진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영화 라이온킹에 심바를 번쩍 들어 올렸던 그 장면이 떠오르는 절벽입니다.
비르그까지는 참 좋았는데. 너무 큰 기대를 했던 걸까요? 쉴트호른은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죠. 예측할 수 없는 변수, 그리고 그 속에서 만나는 아름다움! 뭐 이런 게 배낭여행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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