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델발트에서 루체른
스위스 여행 7일 차입니다. 정들었던 그린델발트를 떠나는 날입니다. 날씨는 오늘도 죽여줍니다.
이번 유럽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을 꼽자면 그린델발트를 꼽을 것 같습니다. 막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냥 기분이 좋았던 곳입니다. 좋은 숙소에서 머물러서 그런 걸까요?ㅋㅋㅋ 아니면 날씨가 좋아서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곳에 다시 올 날이 있을까?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이 남았지만 아직 여행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음 목적지는 루체른!
오스트리아로 넘어가기 전 어디로 갈지 취리히와 루체른 중 고민하다가 더 특색 있어 보이는 루체른으로 결정했습니다.
스위스 기차는 이제 익숙합니다. 3시간 정도 걸리는 여정. 에메랄드빛 브리엔츠 호수를 배경으로 기차가 출발합니다.
창밖으로 영화같은 마을 풍경이 지나갑니다. 인터라켄, 그린델발트 안녕~~
루체른 도착
루체른에 도착하자마자 분위기가 다르다는 게 느껴집니다. 시골 촌놈이 서울에 첫발은 디딘 기분이랄까요?
산속 마을에서 도시로 오니 느낌이 완전 다릅니다. 기차역에서부터 도시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도로도 넓고 깨끗하고 차도 많고 사람도 많고 진짜 상경한 느낌입니다ㅋㅋㅋ.
일단 숙소로 향했습니다. 호텔로 잡긴 했는데 간판만 호텔이지 사실상 낡은 모텔입니다. 오래된 건물, 거기에 공용 샤워실ㅋㅋㅋ. 샤워실이 공용인 호텔은 상상도 못 해봤습니다.
그래도 1인실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고, 위치도 무난하고 가격이 저렴해서 그냥 이곳으로 정했습니다. 참고로 '루체른 호텔 알파'라는 곳입니다.
짐을 던져놓고 바로 나왔습니다. 트램버스? 이런 게 지나가는데 신기해서 찍어봤습니다. '무궤도전차'라고 따로 이름이 있더군요.
루체른 시내구경은 반나절이면 충분하다고 하길래 근교를 가보기로 했습니다. 루체른에는 3대 명산이 있습니다. 필라투스, 리기, 티틀리스.
리기산이 가장 유명하지만, 이미 갔던 산과 느낌이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티틀리스 산에 한번 가보기로 했습니다. 루체른 3대 명산 중 유일하게 만년설을 볼 수 있는 곳이라 끌렸습니다.
티틀리스 산(Titlis)
우선 루체른에서 엥겔베르그(엥겔베르크)까지 기차를 타고 이동해야 합니다. 엥겔베르그는 고도 1,000m의 계곡 지역입니다. 2시간 정도 걸립니다. 그리고 엥겔베르그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야 합니다. 참고로 스위스패스 소지자는 50% 할인입니다.
허.. 근데 사람이 근데 거의 없습니다. 루체른은 분명 날씨가 좋았는데 어째 구름이 많아지는 느낌이고요. 좀 불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올라가 봅니다. 올라가다가 태극기가 반가워서 찰칵!
케이블카 한통을 혼자 전세내서 좋았습니다. 멋진 풍경입니다.
ㅋㅋㅋ근데 점점 올라갈수록 안개가 짙어집니다. 이쪽으로 오는 케이블카에도 사람이 없고 이 산에 저밖에 없는 느낌이라 라 뭔가 오싹하기도 합니다. 사진으로 보면 이것도 나름 멋진 풍경인데 당시엔 좀 무섭더라고요.
티틀리스의 랜드마크인 회전 곤돌라인데 뭐 보이는게 있어야죠ㅋㅋㅋ. 약간이라도 보였으면 좀 무서웠을 거 같은데 그냥 하얀 세상이라 얼마나 높이 있는 건지 감도 안 잡힙니다.
정상에 도착했는데 사방이 안개입니다. 쉴트호른 때보다 더해서 그냥 어이가 없습니다ㅋㅋㅋ. 한 치 앞도 안보입니다.
근데 티틀리스가 인도, 중동에서 유명한 곳인 것 같습니다. 곳곳에 이런 인도 셀럽(?) 입간판이 있었고, 인도, 중동 쪽 사람들을 좀 많이 봤습니다. 특히 회전곤돌라를 같이 탔던 사우디아라비아 가족이 기억에 남는데, 오늘 태어나서 눈을 처음 본다고 하네요. 어른들도 아이처럼 신나 합니다ㅋㅋ.
이런 얼음 동굴도 있습니다. 바람막이 하나만 입고 왔는데 추워 뒤지는 줄 알았습니다. 여기도 사람이 없어서 좀 무서웠습니다.ㅋㅋㅋ
다른 산은 그래도 바람막이로 버틸 수 있었는데 티틀리스는 정말 추웠습니다. 기념품 가게에서 받은 빵모자를 푹 눌러쓰고 지퍼를 끝까지 올린 채 덜덜 떨며 돌아다녔습니다.ㅋㅋㅋ
얼음 동굴을 구경하고 밑으로 내려가보니 정말 안개가 자욱합니다. 가뜩이나 눈으로 전부 덮여있어서 온통 하얀데 안개까지 이렇게 끼니 느낌이 묘합니다. 한여름인데도 이런 모습을 보여주다니.
중간에 이런 다리도 건넜습니다. 다리 폭이 좁고 위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아서 가랑이가 저렸습니다ㅋㅋㅋ.
그 와중에 누가 눈사람을 만들어놨네요. 아까 만났던 사우디아라비아 가족을 다시 만났는데 서로 눈싸움을 하면서 신나게 놀고 있었습니다ㅋㅋ. 아마 이분들이 만들어놓은 것 같습니다. 순수한 모습에 저도 덩달아 즐거워집니다.
아이스 플라이어(Ice Flyer)
아래로 내려갔는데 케이블카 정거장을 발견했습니다. 근데 추가로 돈을 내야 했습니다. 검색해 보니 아이스 플라이어라고 이렇게 생긴 케이블카인데 가격이 15000원이었나 암튼 꽤 비쌌습니다.
이걸 탈 가치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걸 타고 내려가면 눈썰매장이 있다고 해서 바로 이용권을 구매했습니다. 눈썰매는 못 참지. 언제 만년설에서 눈썰매를 타보겠습니까.
날씨가 좋았다면 위 홍보 사진처럼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겠지만.. 저는 이런 풍경을 경험했습니다. 마주 오는 케이블카는 모두 텅텅 비어있고 정말 온 세상이 하얗기만 합니다.
여기서 진짜 무서웠습니다. 해발 3,000미터에 추워서 이는 달달 떨리고, 보이는 건 위에 밧줄밖에 없고, 들리는 소리라고는 케이블카가 끼익 끼익 거리는 소리뿐입니다ㅋㅋㅋㅋ. 분명 높은 곳에 떠있을 텐데 아래에 아무것도 보이질 않으니 더 무섭습니다.
신비로운 세계를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묘한 분위기였습니다.
눈썰매
눈썰매장에 도착했습니다. 다행히(?) 4명 정도 썰매를 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을 지키는 직원도 한 명 있고요. 직원은 패딩과 모자로 무장한 채 홀로 썰매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웃긴 건 옆에 팁박스도 만들어놨다는 거ㅋㅋㅋ. 이곳 직원 중 가장 헬보직이 아닐까요..
이게 눈썰매장입니다. 생각보다 빠르고 재밌습니다. 횟수 제한은 없어서 5번 정도 탔습니다ㅋㅋ. 몇 번 구르니깐 엉덩이가 얼 것 같아서 더 이상 못 타겠더라고요.
살면서 타본 눈썰매 중 가장 분위가 요상하고, 신기하고, 재밌고, 웅장한 눈썰매입니다.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와 건물로 들어왔습니다. 스위스는 초콜릿으로도 유명합니다. 특히 밀크 초콜릿이 유명합니다. 스위스 우유 품질이 그렇게 좋다고 하네요. 기념으로 조금 사봤습니다.
날씨가 맑았으면 멋진 경치를 볼 수 있었을 테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또 이런 경험을 어디서 해보겠냐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만년설에서 눈썰매도 타보고요.
온 세상이 하얀 신비로운 분위기에 뒤덮여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고 나온 것 같아서 꿈을 꾸고 나온 느낌이 드는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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